2025. 9. 8. 19:58ㆍArt/각양각색(Varieties) Series
First Competition, Final Striving (Varieties Series)
첫 경쟁, 마지막 애씀 (각양각색 시리즈)
53×45.5×1.8 cm (10P) 2025
Oriental Ink, white pigment, silver powder, gold powder on canvas
https://www.singulart.com/en/artworks/kim-jun-sung-first-competition-final-striving-2397307
원초적 경쟁의 무대에서 무수한 존재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유영하고 있다. 사색으로 팽창한 형태부터 순수 운동의 궤적까지 다양한 모습들 사이로, 자연발생한 선들의 위계와 먹의 농도 변화가 소멸을 향한 여정을 차분히 기록해 나간다.
시간의 절대성 앞에서 보면 정자의 몇 시간과 인간의 수십 년은 결국 동등한 찰나에 불과하다. 창조 초기의 근본적 미약함이 모든 것을 지배하기에, 은금 혼합점들이 희미한 것도, 경계가 불분명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생명의 시작점을 무채색으로 일관한 것에는 깊은 역설이 담겨 있다. 우리는 각양각색을 그토록 열망하며 살아가지만, 돌이켜보면 대부분의 인생이 결국 비슷한 궤적을 그려왔다는 인간 조건의 근본적 유한함을 이 회색 화면이 드러내고 있다. 개별성에 대한 열망과 보편적 운명 사이의 영원한 긴장이 여기에 있다.
Countless beings swim in their own ways within this arena of primordial competition. From forms expanded through contemplation to traces of pure movement, spontaneous line hierarchies and ink density changes record the journey toward extinction.
Against time's absoluteness, sperm's hours and human decades are equal instants. Creation's fundamental fragility dominates everything, making silver-gold dots dim and boundaries unclear.
Rendering life's starting point in achromatic tones contains deep paradox. Though we live with fervent longing for varieties, this gray canvas reveals how most lives ultimately trace similar trajectories. Here lies the eternal tension between aspirations for individuality and universal destiny.






















Varieties: First Competition, Final Striving
작품정보
캔버스에 먹, 호분, 은분, 금분
10P (53.0 × 45.5cm)
2025
Work Information
Ink, white pigment, silver powder, gold powder on canvas
10P (53.0 × 45.5cm)
2025
존재의 가장 원초적 경쟁장을 그렸다. 화면에 펼쳐진 무수한 형태들은 각자에게 허락된 유한한 시간 안에서 자신만의 존재 방식을 탐구하는 중이다. 어떤 존재는 사유의 무게로 머리가 팽창하고, 어떤 존재는 순수한 움직임의 궤적만을 남긴다. 크기의 편차, 방향의 차이, 형태의 변주가 끝없이 이어진다.
선들은 위계를 갖되 그 위계는 계획된 것이 아니라 화면 위에서 자연발생한 필연성이다. 주도하는 선과 따르는 선, 그리고 은밀히 연결하는 선들이 각기 다른 존재론적 강도를 드러낸다. 먹의 농도 변화로 펼쳐낸 명암의 층위는 소멸을 향한 점진적 여정을 시각화한다.
이들 사이를 관통하여 미래의 가능태들이 부유한다. 변태의 완성형들과 과정형들이 현재와 공존하는 이 시공간에서, 도달 여부는 부차적 문제가 된다.
시간의 절대성 앞에서 모든 개별적 지속은 동등하게 덧없다. 정자에게 주어진 몇 시간과 인간에게 허락된 수십 년 사이에 본질적 차이는 없다. 각자는 그 시간을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낸다.
은분과 금분을 혼합한 미세한 점들이 희미한 것은 창조 초기의 근본적 미약함 때문이다. 생명이 막 시작된 이 순간에서 개별성이란 아직 분명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모든 경계가 모호하고 불확실하다.
생명의 시작점을 무채색으로 일관한 것은 역설적 선택이었다. 각양각색을 그토록 추구하며 살아가지만, 돌이켜보면 결국 대부분의 인생이 그렇고 그런 유사한 궤적을 그려왔다는 깨달음의 미학적 구현이다. 화면을 지배하는 회색의 스펙트럼은 이러한 인간 조건의 근본적 유한함을 증언한다. 각자가 보여주는 미세한 차이들이 결국 동일한 무채색 속으로 수렴되어가는 과정은, 개별성에 대한 열망과 보편적 운명 사이의 영원한 긴장을 시각화한다.
I painted existence's most primordial arena of competition. The countless forms spread across the canvas explore their unique modes of being within the finite time granted to each. Some beings expand with the weight of contemplation, others leave only traces of pure movement. Variations in size, differences in direction, and formal modulations continue endlessly.
Lines possess hierarchy, yet this hierarchy emerges from spontaneous necessity on the canvas rather than planning. Leading lines, following lines, and secretly connecting lines reveal different ontological intensities. The layers of light and shadow unfolded through varying ink density visualize the gradual journey toward extinction.
Penetrating between them, future potentials drift. In this space-time where completed and process forms of metamorphosis coexist with the present, whether they reach their destination becomes secondary.
Before time's absoluteness, all individual durations are equally ephemeral. There is no essential difference between the few hours granted to sperm and the decades permitted to humans. Each lives that time in their own way.
The dimness of subtle dots mixing silver and gold powders results from creation's fundamental fragility. At this moment when life has just begun, individuality cannot yet be clearly distinguished. All boundaries remain blurred and uncertain.
The consistent use of achromatic tones for life's starting point was a paradoxical choice. It represents an aesthetic realization that despite pursuing varieties so fervently throughout life, most human trajectories ultimately prove remarkably similar when viewed in retrospect. The gray spectrum dominating the canvas testifies to this fundamental limitation of the human condition. The process whereby each being's minute differences eventually converge into identical achromatism visualizes the eternal tension between aspirations for individuality and universal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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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회색 스펙트럼으로 그린 생명의 원형적 투쟁과 운명
작품 <각양각색: 첫 경쟁, 마지막 애씀>은 제목이 암시하는 다채로움을 의도적으로 배반하는 무채색의 화면을 통해, 역설적으로 생명의 가장 원초적이고 치열한 순간을 포착해낸 수작이다. 이는 단순한 추상화를 넘어, 존재의 시작과 소멸, 개별성과 보편성이라는 철학적 화두를 시각 언어로 응축시킨 하나의 사유적 풍경이다.
1. 동적 혼돈과 내재적 질서: 선과 형태의 변주
화면을 가득 채운 유기적 형태들은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태초의 생명체들처럼 꿈틀거린다. 작가가 언급한 '원초적 경쟁장'이라는 개념은 이 시각적 혼돈 속에서 완벽하게 구현된다. 검고 유려한 먹선은 각 개체의 윤곽을 정의하는 동시에, 이들을 연결하고 관계 맺게 하는 신경망 역할을 한다. 어떤 형태는 사유의 무게로 머리가 비대해지고, 어떤 것은 운동의 잔상만을 남긴 채 흘러간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작가가 '자연발생한 필연성'이라고 표현한 선들의 위계다. 계획된 구도라기보다는 즉흥적이고 유기적으로 생성된 듯한 이 질서는, 생명 경쟁의 예측 불가능성과 그 속에서 발현되는 생존의 법칙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각각의 형태는 고유한 존재론적 강도를 지니지만, 결국 거대한 흐름 속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구축한다.
2. 무채색의 역설: 각양각색과 보편적 운명
이 작품의 가장 탁월한 지점은 '각양각색'이라는 주제를 역설적으로 흑과 백, 그리고 그 사이의 무한한 회색 스펙트럼으로 풀어낸 점이다. 화려한 색채를 배제한 선택은 관람자의 시선을 형태의 미세한 차이와 먹의 농담(濃淡) 변화, 그리고 선의 에너지에 집중시킨다. 이는 생명의 본질이 외형의 다채로움이 아닌, 생존을 향한 내적 동력과 과정에 있음을 암시한다.
작가의 말처럼, 이 회색의 세계는 "대부분의 인생이 그렇고 그런 유사한 궤적을 그려왔다는 깨달음"의 미학적 구현이다. 치열하게 개별성을 추구하지만 결국 '소멸'이라는 보편적 운명으로 수렴되는 인간 조건의 근본적 유한성을 은유한다. 캔버스 위에 희미하게 흩뿌려진 은분과 금분은 이 숙명적 세계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창조 초기의 미약한 빛, 혹은 희미한 희망의 가능성을 상징하며 작품에 미묘한 숨결을 불어넣는다.
3. 시간의 압축과 존재의 등가성
작품은 정자의 몇 시간과 인간의 수십 년을 '동등한 찰나'로 규정하며, 시간을 초월한 관점에서 존재를 바라본다. 캔버스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펼쳐진 이 무수한 형태들의 아우성은 시작과 끝이 맞물린 영원한 현재를 보여준다. 변태의 완성형과 과정형이 공존하는 모습은 결과(도달)보다는 과정 자체의 치열함과 아름다움에 주목하게 만든다.
총평
<각양각색: 첫 경쟁, 마지막 애씀>은 생명의 시작이라는 미시적 주제를 통해 인간 실존이라는 거시적 담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작품이다. 절제된 색채와 유려하고 역동적인 선의 사용은 작가의 높은 조형적 이해도를 보여주며, 여기에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가 더해져 강렬한 설득력을 갖는다. 관람자는 이 무채색의 경쟁장 앞에서 개별적 존재로서의 '나'와 보편적 운명 속의 '우리' 사이의 영원한 긴장을 고요히 성찰하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감상을 넘어선 지적이고 명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깊은 울림을 지닌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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